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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다가올 때면 언제나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나에겐 코끝이 시릴 때쯤 자연스럽게 생기는 현상이다. 그리고 그 강도가 나이를 먹을수록 더 세지는 것 같다. 올해가 지나면 33세. 그러니까 이번엔 딱 32세만큼의 강도로 싱숭생숭해하고 있는 셈이다. 누군가에겐 분명 '고작'일 나이라는 걸 알고 있다. 아직 한창이고, 무엇이든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동시에 주변 소식을 가장 많이 접하는 시기다. 사회적으로 성공했거나 자리를 잡았다는 지인의 소식을 종종 듣는다. 그리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올해 유독 자주 들은 듯하다.
내가 자전거 타는 걸 왜 신용불량자대출 좋아하게 됐더라?그렇게 주변의 변화를 체감하다 보니 나를 돌아보면 초조해진다. 결혼은 함께할 상대가 없으니 예정에도 없다. 사회적 성공은 내 목표에 비하면 아직 한참 남았다. 인생은 경주가 아님을 알면서도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에겐 '고작'일 내 나이가 '벌써' 아쉽게 느껴진다.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에, 생각하기 좋은 근로자전세자금대출 한도 계절이 맞아떨어져 생긴 현상이다. 나아가야 할 미래보다 괜스레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나'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한번은 산책 겸 운동 삼아 집 앞 공원에 간 적이 있다. 가족, 연인, 친구 할 것 없이 저마다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채움론 그곳엔 6살쯤 돼 보이는 남자아이에게 한 아버지가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문득 나는 아이에게 내 모습을 투영해 봤다. 나는 언제 자전거를 처음 배웠더라. 부모님에게 배우진 않았다. 어린 시절, 부모님은 맞벌이로 정신이 없으셨다. 그래서 나 혼자 스스로 해야 했던 게 많았다. 자전거 배우는 일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중학교 2학년 때쯤, 나는 이자율 높은 예금 친구와 어느 주차장에서 넘어져 가며 기어코 자전거 타는 법을 익혔다. 그런 기억을 떠올리며 아이를 보니 우습게도 나는 나보다 이르게 자전거를 배우는 6살 꼬마 아이가 살짝 부러웠다.
영화 '나비효과'를 보면, 과거의 작은 변화가 미래의 엄청난 결과를 일으킨다. 만약 중학교 2학년일 때보다 더 일찍 자전거를 배웠다면 부산대학교 대학원 지금 나는 다른 삶을 살고 있진 않을까. 그런 엉뚱한 상상을 해보지만 이내 부질없음을 깨닫는다. 그런 상상이 무의미할 정도로 사실 지금의 나는 자전거 타는 걸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이다. 중학교 2학년 때, 자전거를 배운 건 통학에 요긴할 것 같아서였다. 실제로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다녔고, 그 경험은 지금까지 이어져 종종 자전거를 타고 동네 구경을 즐긴다. 내가 자전거를 좋아하는 것은 처음 스스로 학습해 성취의 기쁨을 맛본 대상이기 때문이다. 넘어지지 않고, 자전거 타던 첫 순간의 기쁨을 지금도 기억한다. 그러니 사실 부러울 것까진 없는 셈이다. 이미 나는 나대로의 방식으로 현재에 이르렀다. 엉뚱한 상상을 하고 나서야 이런 당연한 이치를 깨닫는다. 하지만 이런 게 과거를 돌아보는 일의 이점이 아닐까 싶다.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갈래?얼마 전에는 내가 다닌 대학교에 다녀왔다. 학과 창립 2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있었다. 어느새 졸업한 지도 7~8년이 지났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돌아보면 대학교야말로 가장 많은 추억을 남긴 곳이란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방문한 학교는 낯설면서도 익숙했다. 학교 근처 지하철역에 도착했을 때부터 기분이 묘했다. 향이 없는 향수 냄새를 맡는 거 같았다.
학교에 들어서자 여러 감정이 살아났다. 마치 다른 그림 찾기를 하듯, 학교를 구석구석 훑어봤다. 친구와 즐겨 찾던 식당에 들러 점심을 먹고, 옛날얘기를 나눴다. 학교 앞에 어떤 가게가 새로 생겼고, 어떤 가게가 없어졌는지 수다를 떨었다. 그러다 아직 남아 있는 가게를 보곤 감탄하기도 했다. 우리가 점심을 먹은 가게가 바로 그랬다. 이렇게 보니 새삼 공간에 묻은 추억이란 게 참 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곳곳에 과거의 내가, 20대 초중반의 내가 있었다. 기쁨과 즐거움, 청춘 등의 키워드로 이루어진 추억이 있었다. 그리고 곧 그리움과 후회로 치환되기에 이르렀다.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학점에 더 신경 쓰는 건데, 혹은 반대로 학점 따위 무시하고 더 노는 건데, 아니면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일을 해보는 건데, 그리고 사랑했던 연인에게 더 잘해주는 건데, 온갖 그리움과 후회가 쏟아져 내렸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에, 생각하기 좋은 계절이 맞아떨어져 생긴 현상이었다.
강의실로 가기 위해 걷던 길이 보였다. 마치 얼마 전까지도 저 길을 통해 강의실로 향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행사장에서 교수님들을 마주하니 그 기분이 얼마나 큰 착각인지 알 수 있었다. 세월이 흐른 만큼 좀 더 지혜를 쌓은 얼굴로 교수님들이 학생들을 맞이하고 계셨다. 반가운 선배, 후배, 동기들도 조금씩 더 어른이 돼 나타났다.
이상한 일이었다. 아니, 사실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주 잠시 옛날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실상 세월은 분명 흘렀으니 말이다. 나는 그때와 달라진 게 없다고 착각했지만, 다른 이들을 보니 나 역시 많이 변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지만, 왠지 모를 씁쓸함이 남았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아쉬움에 친구들과 맥주를 한잔했다. 술자리는 평소보다 조용했다. 친구들도 모두 추억 여행을 열심히 한 모양인지 여러 생각이 든 거 같았다. 문득 한 친구가 물었다.
"만약, 다시 대학생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갈 거야?"
그러자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다른 한 친구가 대답했다.
"당연하지!"
질문을 했던 친구는 대답이 너무 쉽게 나온 게 못내 아쉬웠는지 조건을 붙였다.
"대신, 돌아가서도 바꿀 수 있는 건 없어. 그래도 가?"
"......"
그러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때 내가 대답했다.
"그럼 뭐 하러 가? 지금이랑 똑같다는 건데?"
그 대화는 더 이어지지 않았다. 어차피 진짜로 돌아갈 수 없는 일. 길게 대화해 봤자 소득이 없단 걸 우리는 모두 알았다. 그리고 난 대답하고 나서야 한 가지 더 깨달았다. 결국 과거를 그리워하는 건 바꾸고 싶은 게 있기 때문이란 사실을 말이다. 그러니까. 바꿀 수 없다면 돌아갈 필요가 없다. 그리고 그건 사실 지금의 현재를 뜻했다. 나아가야 할 미래를 앞에 둔 현재 말이다.
이제는 앞을 보자공항 같은 곳에 가면 종종 무빙워크를 본다. 그건 올라타면 힘을 들이지 않아도, 나를 앞으로 보내준다. 나는 그게 편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마음이 불편했다. 내가 앞으로 가는 게 온전한 나의 의지가 아니라는 느낌 때문이었다. 마치 시간처럼 말이다. 결국 우리는 모두 태어난 순간부터 시간이란 무빙워크를 탄 셈이 아닐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무빙워크는 억지로 뒤로 갈 수도 있지만, 시간은 불가능하단 것이다. 돌아갈 수 없으니, 그저 몸을 맡기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거 외에 한 가지 공통점이 더 있다. 바로 뒤를 돌아볼 수 있다는 점. 그렇게 돌아보면 내가 지나온 길을 확인할 수 있다. 비록 그게 후회와 아쉬움 같은 감정을 동반할지라도 말이다.
잘 생각해 보면 후회, 아쉬움 등의 감정은 결국 우리를 미래로 나아가게 해주는 동력원이다. 아쉬움에 아무리 뒤를 돌아보아도, 과거로 돌아가 더 나은 지금의 '나'가 될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과거에 했던 후회를 바탕으로 미래의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아직 그 방법은, 그 기회는 남아 있다. 그러니 어쩔 수 없다.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어쩌면 당연한 결론이지만, 이 또한 과거를 돌아봤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그리하여 나는 이제 나아가려 한다. 코끝이 점점 더 시려지는 계절을 향해.
최윤석●1992년 서울 출생●한양대 에리카 문화콘텐츠학과 졸업●2018 만화평론 공모전 가작●현 웹툰 제작사 PD●작품: 웹툰 '용한 동거인'
최윤석 웹툰 스토리 작가·만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