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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을 이루는 원소들 가운데 나를 가장 잘 비춰주는 거울은 진흙이다. 귀농을 한 이후 텃밭을 가꾸고 한옥 살림을 꾸려가면서 진흙 주무르기는 일상이 되었다. 그리스 신화에는 에파포스(Epaphus)라는 신이 나오는데, ‘촉감의 신’으로 불린다. 나는 촉감의 신의 후예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밭에 들어가 씨앗을 뿌리고 호미나 괭이로 풀을 제거할 때, 나는 맨손으로 흙과 접촉하고 맨발로 땅을 밟는다. 마주 앉아 깍지 낀 연인의 보드라운 손처럼 흙의 온기와 내 체온이 섞일 때의 느낌은 늘 상큼하다. 진흙이 좋다. 세상의 어떤 감각 재료보다 내 몸의 촉감을 충족시켜 주는 데 진흙 만한 것이 없다.
■ 상병급여
「 기도는 숨과 진흙에서 나와야 진흙으로 빚어진 존재 자각하고 겸허하게 감사하며 살아가야 」
김지윤 기자
며칠 전에도 흙 주무르기를 했다. 지난 가을에 아궁이 겸 빵 굽는 화덕을 사랑방 신한은행 월복리 부엌에 설치했는데, 시멘트 같은 재료를 안 쓰고 진흙과 모래를 섞어 했더니 불을 때면 흙이 응축되면서 자꾸 틈이 생긴다. 틈이 크게 벌어지면 굴뚝으로 빠져나가야 할 연기가 부뚜막으로 새어 나온다.
두어 차례 진흙을 개어 틈을 메웠으나 또 틈이 벌어져 진흙을 묽게 개어 다시 꼼꼼히 메우는 작업을 했다. 왜 귀찮게 진흙을 고집하느냐고 의아해 신혼부부전세자금대출 추가 하는 이웃들도 있지만, 편리를 위해 시멘트 같은 재료를 썼다가 나중에 부득이하여 뜯어내면 처치 곤란한 폐기물이 되더라.
오전에 진흙 바르기를 마치고 손을 씻는데, 진흙 마사지가 되어 손이 훨씬 보들보들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보들보들해진 손을 내 볼때기에 비벼보며 중얼거렸다. 히히, 흙 마사지를 자주 해야지. 옆지기에게 말하면 피부에 아이온직장인 관심이 많은 그녀도 흙 마사지하고 싶다고 덤비겠구나.
저물녘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폈는데, 틈이 잘 메워졌는지 연기가 새지 않았다. 불 피운 김에 빵 반죽을 개어 화덕에 넣어두고, 활활 타들어 가는 아궁이 앞에 앉아 불멍(!)을 하다가 문득 한 가톨릭 신부의 기도에 대한 얘기가 떠올랐다. ‘아담의 호흡: 진흙으로부터 기도하기’(리처드 로 대구파산 어)란 글.
이 글을 시작하면서 로어 신부는 “하느님께서 진흙으로 빚어 입김을 불어 넣으시니 사람이 되었다”(창세기 2:7)는 구절을 먼저 인용한다. 그러고 나서 온전한 기도는 숨과 진흙 모두로부터 나와야 한다고. 무슨 말일까. 기도는 영감과 구체화한 에너지 모두를 품어야 한다는 것. 이제까지 우리는 영감만 강조했지 구체화한 에너지를 강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1471~1528)의 ‘기도하는 손’(Betende Hande). 중앙포토
그렇다. 기도에 대한 우리의 첫 번째 생각은 위로부터 아래로 내려오는 은총과 초월적인 하느님께서 우리 속에 ‘숨을 불어 넣으시어’ 비로소 우리가 생명을 얻게 되었다는 것. 물론 좋은 출발이지만 그것은 하느님을 주로 ‘저 바깥에 계신 분’으로 남겨둘 뿐, ‘여기 우리 속에도 계신 분’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하느님을 초월적 존재로만 생각하지 내재적 존재로 여기지 않았다는 것.
이런 영적 불균형은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 로어 신부의 생각. 기도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것, 즉 우리가 ‘진흙으로부터’ 기도하고 에너지와 세포의 차원에서도 기도할 때 온전히 하느님을 체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진흙으로부터 기도한다는 말이나, 에너지와 세포의 차원에서도 기도한다는 표현은 조금 낯설다.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로어 신부는 ‘몸-기도’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것은 머리로만 하는 ‘정신적 기도’와 대비하기 위해서일 것.
진흙으로 빚어진 자기 존재의 실상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권력이나 명예나 돈 같은 것에 취해서 살아간다. 특히 병적인 권력 중독은 자기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그걸 위임해준 주권자들의 삶마저 파괴한다. 이 지구별 너머에 희망을 두라고 부추기는 자, 대지에 대한 사랑을 외면하고 내세의 복락만을 구하는 사이비 종교 지도자들 또한 마찬가지. 그들은 오직 자기 자신이나 자기가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만 애면글면할 뿐이다.
모름지기 몸-기도는 우리를 겸허한 존재로 만들어준다. 한 줌의 흙덩이에 불과한 우리 속에 ‘숨을 불어넣어 주신 분’으로 하여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었으니 결코 자만에 빠질 수가 없다. 소아(小我)에 사로잡혀 살던 내가 불멸의 다이아몬드인 그리스도와 하나 되어 대아(大我)의 삶을 살게 되었으니. 이제 내 삶의 나날은 겸허와 감사로 채워나갈 뿐!
고진하 시인·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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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기자
며칠 전에도 흙 주무르기를 했다. 지난 가을에 아궁이 겸 빵 굽는 화덕을 사랑방 신한은행 월복리 부엌에 설치했는데, 시멘트 같은 재료를 안 쓰고 진흙과 모래를 섞어 했더니 불을 때면 흙이 응축되면서 자꾸 틈이 생긴다. 틈이 크게 벌어지면 굴뚝으로 빠져나가야 할 연기가 부뚜막으로 새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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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녘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폈는데, 틈이 잘 메워졌는지 연기가 새지 않았다. 불 피운 김에 빵 반죽을 개어 화덕에 넣어두고, 활활 타들어 가는 아궁이 앞에 앉아 불멍(!)을 하다가 문득 한 가톨릭 신부의 기도에 대한 얘기가 떠올랐다. ‘아담의 호흡: 진흙으로부터 기도하기’(리처드 로 대구파산 어)란 글.
이 글을 시작하면서 로어 신부는 “하느님께서 진흙으로 빚어 입김을 불어 넣으시니 사람이 되었다”(창세기 2:7)는 구절을 먼저 인용한다. 그러고 나서 온전한 기도는 숨과 진흙 모두로부터 나와야 한다고. 무슨 말일까. 기도는 영감과 구체화한 에너지 모두를 품어야 한다는 것. 이제까지 우리는 영감만 강조했지 구체화한 에너지를 강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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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영적 불균형은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 로어 신부의 생각. 기도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것, 즉 우리가 ‘진흙으로부터’ 기도하고 에너지와 세포의 차원에서도 기도할 때 온전히 하느님을 체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진흙으로부터 기도한다는 말이나, 에너지와 세포의 차원에서도 기도한다는 표현은 조금 낯설다.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로어 신부는 ‘몸-기도’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것은 머리로만 하는 ‘정신적 기도’와 대비하기 위해서일 것.
진흙으로 빚어진 자기 존재의 실상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권력이나 명예나 돈 같은 것에 취해서 살아간다. 특히 병적인 권력 중독은 자기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그걸 위임해준 주권자들의 삶마저 파괴한다. 이 지구별 너머에 희망을 두라고 부추기는 자, 대지에 대한 사랑을 외면하고 내세의 복락만을 구하는 사이비 종교 지도자들 또한 마찬가지. 그들은 오직 자기 자신이나 자기가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만 애면글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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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하 시인·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