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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 나라가 무속 공화국이 돼선 안 된다.”
2024년 12월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이다. 그는 이날 ‘폭탄 발언’을 내놓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저와 막역한 친구지만 인간적 갈등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불암산 . 국가를 위해 이 말씀을 드린다. 영부인 대행(한 총리의 부인 최아영씨)도 무속의 지대한 전문가다. 미술계의 큰손으로 김건희·최은순 여사와 그 무속 속에서 살고 있다. 한덕수 총리가 이러한 역술인들의 이야기를 믿고 그런 오만방자한 일을 하고 있다.”
그는 “무속의 세계에 사는 사람에게 이 나라를 맡기면 안 되니까” 우정을 버리고 애국 차 외환은행 대출금리 원에서 폭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씨가 무속에 심취해 있다는 것은 주변 지인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관상·풍수 전문가인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는 2014년 8월 11일 조선일보 연재코너 ‘조용헌 살롱’에 기고한 ‘官運(관운)과 先見夢(선견몽)’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당시 한국무역협회장이던 한 권한대행의 부인 최씨를 만나 들은 ‘ 산업은행 필기 경영 남편이 승진됐을 때마다 꿨던 꿈’을 언급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그가 다시 총리에 기용됐을 때 기자들이 부인 최씨를 만나 던졌던 질문 중 하나는 “이번에는 어떤 꿈을 꾸었나”였다. 최씨는 “(이번 총리 기용 때도 꾼 꿈이) 있다”면서도 어떤 꿈이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저소득층정부대출 한덕수 국무총리가 12월 27일 오후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를 나서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한덕수 총리 부인, 무속 전문가일까
최씨는 기자를 만나면 반드시 관상을 먼저 거론했다. 그렇다고 박지원 의원이 말한 대로 ‘무속의 지대한 전 감정가이하 문가’라고까지 평가하긴 어렵다는 것이 최씨를 만나본 인사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주역 공부는 미국 유학 시절이던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독학 내지는 귀동냥 수준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떠오르는 것은 김건희 여사가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와 나눈 굿과 점사에 대한 문답이다. 묘하게 겹친다. 2021년 10월 13일 저녁 이 기자와 통화에서 김 여사는 “우리(김건희 여사와 윤석열 당시 후보)는 종교인 멘토가 없다”면서 이렇게 주장한다.
“이 바닥에서 누가 굿하고 점 보는지 나에게 다 보고가 들어온다. 나는 점집에 간 적 없다. 증거를 가지고 오라. 나는 실제로 (점집에 간 적) 없다” 그는 당시 대선후보 경쟁상대인 홍준표·유승민 후보도 굿을 했냐는 질문에 “그렇다”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내가 누구한테 점을 봐. 내가 점쟁이 점을 쳐준다. 신 받은 사람은 아니지만 나는 그런 통찰력이 있다.”
당시 김건희 여사의 무속중독 논란은 그가 직접 점집에 방문해서 생긴 것이 아니다. 김 여사의 ‘무속인 쇼핑 지시’를 견디다 못한 코나바컨텐츠 직원이 윤석열 대선 캠프 쪽에 “여사 좀 말려달라”고 하소연해 벌어졌다.
정치권 주변의 무속 관련 풍문은 끊이지 않는다. 보통은 워낙 은밀한 일이라 ‘믿거나 말거나’식의 가십으로 소비된다. 그런데 이 정권은 다르다. 김 여사 말대로 직접 만나지 않는 대신 음성 녹취, 카톡이나 텔레그램, 문자 등의 ‘증거’가 남아 논쟁거리가 된다.
“선거 때가 되면 무속인들이 직능조직을 타고 들어오기도 하고 수많은 미신을 믿는다. 내가 총리실에 있을 때도 ‘지리산 도사’라는 사람을 만나보라는 권유가 있었다. 만날 필요성이 없어 만나지 않았는데 나중에 보니 그게 명태균이더라.”
문재인 정부 시절 총리실 고위직을 지낸 인사의 말이다.
“꼭 그런 ‘사짜’들만 접근하는 것이 아니다. 꽤 알려진 스님들도 총리에게 접근해 은밀히 하는 말을 들어보면 그런 무속적 예언을 한다. 그렇다고 정치인들이 다 솔깃한 것은 아니다. 허영심과 ‘관종’ 같은 태도가 그런 화(禍)를 부르는 것이다.”
한 총리와도 친분이 깊은 이 인사는 “권한대행 부인 최씨가 화가이고 김건희 여사가 전시기획을 하는 관계이니 자주 만나고 대통령 되기 전부터 교류했다는 소문은 있었다”면서도 “무속에 심취한 부인과 별도로 한 총리가 무속에 의존한다는 인상은 받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쿠데타 주역 정보사령관 ‘무속인 동거’ 까닭은
아직 전모가 다 드러나지 않은 ‘12·3 비상계엄 사태’의 핵심 인물인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무속 관련성도 꼬리를 물고 화제가 되고 있다.



‘12·3 비상계엄’ 기획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2024년 12월 24일 서울 은평구 서울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


2018년 성추행 사건으로 불명예 제대한 노 전 사령관은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59)로 돼 있다. 윤씨와 노씨를 잘 안다는 지인의 말이다.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
“현장 소음으로 도청이 되지 않기 때문에 롯데리아에서 계엄을 모의했다는 건 헛소리, 꿈보다 해몽이다.” 박성진 안보22 대표의 말이다.
“군대에서 쫓겨나면 군인연금을 자기가 낸 돈, 절반밖에 못 받는다. 투 스타(소장)가 제대하면 원래 연금은 월 400만~500만원인데 230만~240만원 정도로 깎여서 나온다. 그걸 가족에 보내고 ‘개털’이 돼 떠돌아다닌 것으로 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결국은 정치권의 업보다. 전쟁을 안 하는 나라다 보니 장군들이 정권에 따라 해바라기 정치꾼이 됐다. 오죽하면 별 하나 더 다는 걸 두고 생계형 진급이라는 말이 나오겠는가. 별 달고 사회에 나가봐야 할 게 없다. 취업은 어렵고 평균수명은 높아지니 골프장에 모여서 불평불만만 하는 것이다. 군 골프장 그린피는 싸니까.”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무속 관련성 의혹은 왜 끊이지 않았을까.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대학원 교수는 “드러난 몇 가지 정황으로 추론하면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 결혼 후 경력상의 급격한 부침, 다시 말해 좌천된 늦깎이 검사에서 검찰총장, 대통령에 이른 단계마다 무속의 계시가 실현되는 경험을 했고, 이를 통해 믿음이 강화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불확실성은 모든 종교심의 엔진 같은 것인데 종교심으로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것만큼 정치적 동원에 효과적인 것은 없다”라며 “이란의 최고지도자, 북한의 김씨 왕조, 아이티의 뒤발리에,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보카사와 같은 20세기 샤먼 리더들의 공통점은 지지자들 또한 같은 종류의 샤먼적 믿음을 가지고 있는데, 그 기능은 자신과 다른 사람을 구분하는 정체성과 불확실한 상황을 단순화시킨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기 때문에 갈등적이거나 독재적인 정치 동원에 매우 효과적인데 “한국의 경우 태극기 부대로 대표되는 극우가 전광훈 목사와 같은 세력에 극단적으로 매몰된 것” 역시 이 메커니즘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실 앞서 언급한 ‘20세기 샤먼 리더’들은 후진국형 독재자다. 일반적으로 선진국은 세속화와 같이 가는데 한국은 이미 세속화된 나라다. 한국은 되게 특이한 것이 신에게 자기를 헌신한다는 의미의 샤먼이 아니고 정말 세속적이고 자기 이해에 맞춰 종교심이 발달해왔다. 샤먼과 세속을 선택적으로 하는 것에 대해 별다른 문제의식을 못 느끼는 것이다. 전형적인 것이 일부 신문이 윤석열 무속을 비판하면서 생년에 따른 운세를 지면에 싣는다. 종교적 미망에서 못 깨어나 근대화가 덜 된 것이 아니라 양립하며 발전하는 것이다.” ‘무속중독’ 권력이 남긴 연구과제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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