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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부>는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영화로 꼽힐 정도로 부연 설명이 필요없는 영화입니다. 대본이나 제작 후기 등으로 엮은 책만 해도 수두룩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미국 드라마 <오퍼: ‘대부’ 비하인드 스토리>도 제목 그대로 이 영화 제작의 뒷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결론은 뻔합니다. 할리우드 거대 스튜디오 파라마운트사의 신출내기 프로듀서 앨버트 러디(마일스 텔러 분)가 갖은 고생을 다해가며 영화를 만들어내고 당시 전대미문의 흥행을 일구고 비평적으로도 성공을 한다는 실화 바탕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흔히 ‘감독의 예술’이라고 불리는 영화를 다루는 이야기 직장인주5일제 인데도 감독이 아닌, 제작자 측 그것도 프로듀서가 주인공입니다.
총 10부작인 드라마의 1회 제목은 ‘제안’입니다. 영화사에도 기록될 법한 <대부>의 명대사 “거부할 수 없는 제안”에서 따 온 소제목입니다. 영화판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국방·안보 분야 연구소인 랜드연구소에서 일하던 주인공 앨 러디가 파라마운트에 입성하는 과정부터 대부 프로 주택대출금리 듀서로 발탁되기까지, 그리고 이후 영화를 만들 사람들을 불러다 모으는 일 등이 첫 회의 주 내용입니다. <대부>는 영화 이전에 마리오 푸조가 쓴 소설도 베스트셀러였습니다. 인기있는 소설을 원작으로, 명감독(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을 앉혔으니, 영화가 어찌 실패하려야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런 것들이 성공의 보증수표가 아니라는 게 이 드라마가 전하는 메시지 빌라담보대출 입니다.
‘원작자를 각본 작업에 참여시키지 말라’는 할리우드의 불문율을 깨고 어렵게 모신 원작자 마리오 푸조는 각색에 들어가며 “3일 안에 완성해 내겠다” 떵떵 거렸습니다. 하지만 막상 작업에 들어가니 대본 한 줄, 한 쪽도 쓰지 못한 채 진도를 나가지 못합니다. “이 영화는 갱스터 영화가 아니다. 미국 자본주의의 은유다”라고 목청 높이는 돈워리대부중개 코폴라 감독은 또 웬 고집이 그렇게 센지 좀처럼 컨트롤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러디에게 가장 큰 난관은 파라마운트사입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모든 상품이 그러하겠지만 제작에 큰 돈이 드는 영화는 돈을 최우선으로 따질 수밖에 없는 상품입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수익을 올려야 하는, ‘가성비’는 제조사이자 판매사로서는 최우선적으로 따져야 할 가치입니다. 아 모집요강 무리 훌륭한 영화가 나오면 뭐 합니까. 돈을 너무 많이 썼다거나 흥행이 되지 않는다면 쓸모없는 상품이 되고 맙니다. 이런 근본적이자 구조적인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의 틈바구니에 끼어 있는 처지가 바로 프로듀서 앨 러디의 상황입니다.
보편적인 이야기 구조였다면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내려는 감독이, 제작사가 짜놓은 현실적인 제약을 이겨내며 이들과의 갈등을 딛고,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낸다는 식으로 드라마는 흘러갔을 겁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이를 살짝 비틀어 주인공이 이상과 현실 속에서 항상 줄타기를 하도록 합니다. 훌륭한 작품과 대중적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내기 위해, 제작비의 한계나 업계의 기존 관행은 물론 마피아들의 외부 압력까지 모두 이겨내며 어떻게든 작품을 성사시켜 내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프로듀서의 고군분투가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의 이야기는 꽤나 현실감이 있습니다.
<대부> 팬이라면 드라마 속 곳곳에 있는 영화에 대한 오마주를 알아차리기 어렵지 않을 겁니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드라마인 만큼 픽션도 가미돼 있는데, 영화 제작을 방해하는 마피아의 좌충우돌 이야기가 은근히 재미있습니다. 1970년대 미국 할리우드와 촬영 무대인 뉴욕의 거리 풍경, 등장인물들의 패션, 배경음악 등에서 전해지는 레트로의 향기도 물씬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를 완주하면 반드시 <대부>가 다시 보고 싶어집니다.
원제가 <디 오퍼(The Offer)>인 이 드라마는 미국에서는 파라마운트+에서 스트리밍하는 작품입니다. 국내에서는 왓챠에서 독점 공개하고 있습니다. 1972년작인 <대부> 1편의 상영 50주년인 2022년 출시됐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들 각자의 하루하루 삶과 직업 세계도 이 영화 속 인물들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신문사를 예로 들어볼까요. 기자는 사회를 뒤흔드는 동시에 정의로운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직속상관인 부장은 그런 기사들도 좋지만 조회 수를 올릴 수 있는 기사를 쓰라고 압박합니다. 언론사는 잘 팔리는 기사가 많길 바라지만 동시에 광고주를 거스르지 않길 원합니다.
무리지어 사회를 구성하는 이상 각자의 이해관계는 충돌하기 마련입니다. 이런 갈등 속에서 벌어지는 문제 상황을 이겨낸 끝에 드라마 <오퍼> 속 인물들은 모두가 성공했습니다. 수없이 많은 영화들은 <대부>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고 흔하기에,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꿈을 꾸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마주 지수 ★★★★ “난 미국을 믿습니다” “거부할 수 없는 제안” “적은 더 가까이” 명대사 명장면의 향연

‘알탕’ 지수 ★★ 여성에겐 아예 문을 닫아버리는 <대부>보다는 100배 낫다. 앨 러디의 엄마·연인·비서의 역할이 꽤 크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