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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입법 기능은 국민의 삶과 직결됩니다. 좋은 법은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지만 반대의 경우 불편함과 불이익을 초래합니다. 이는 국회의원이 충분한 논의와 신중한 검토를 거쳐 법안을 발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법안들 중 내 삶과 가족, 일터와 사회에 의미가 있거나 울림을 주는 법안을 선별해 소개하고 그 필요성과 의의를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편집자주]한국은 1990년대 후반 이후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우뚝 섰다. 자연스레 전자정부 운영 능력 역시 세계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위상을 굳혔다. 하지만 현재는 그 타이틀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공군 직업군인 몇 년 사이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관리 중인 국가행정망에 연속적으로 전산 장애가 발생하자 심각한 불신에 직면했다는 평가다.
국내 주민등록시스템과 모바일 신분증, 지방재정관리시스템, 나라장터 등 주요 행정전산망은 2023년 11월부터 연달아 장애를 겪었다. 정부는 부처 합동으로 주요 시스템 특별점검을 벌인 결과 해킹이 원인은 아니라는 점을 학자금대출자격조건 확인한 뒤 지난해 1월 말 행정전산망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이 나온 직후인 지난해 3월과 4월에 정부24 개인정보 유출 사고, 5월에는 차세대지방세입정보시스템 오류가 또다시 발생했다.
빈번한 국가행정망 전산 장애는 국민 불편으로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디지털 재난'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고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 공시지가 감정가 가 높아졌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2024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를 보면 전산 장애를 개선하려면 우선 서버, 네트워크 장비의 노후·불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사용 연한이 지난 서버, 네트워크 장비를 전체적으로 점검하고 적절한 예산 투입으로 꾸준히 관리해야 시스템의 충돌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디지털 서비스가 갈수 소상공인 록 고도화하고 있는 만큼 막연한 저가 수주 경쟁에 따른 품질 저하를 경계하고 담당 공무원의 역량 강화, 민간 업체 위탁 등 전체적인 사업 관리 체계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국가행정망의 품질 향상을 꾀하고자 12년간 닫혔던 공공 소프트웨어(SW) 시장을 대기업에 열어주는 내용의 '공공 SW 참여 제한 완화법(소프트웨어 넘버엔 월복리적금 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지난해 1월 말 정부가 내놓은 디지털행정서비스 국민신뢰 제고 대책의 일환으로 일정 금액 이상의 대형 공공 SW 사업에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의 참여를 허용하는 게 핵심이다.
현행법은 중소기업 보호 차원에서 자산 규모 10조원이 넘는 대기업들을 공공 SW 사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제한하며 국가 안보와 신기술 분야 사업 등에 한해서만 심의를 거쳐 제한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중견·중소기업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동시에 혁신을 지체하고 공공 분야의 SW 품질을 낮춘다는 비판을 받았다.
SW 개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된 바 있다. 하지만 정쟁 등에 뒷전으로 밀린 데다 이해관계 기업 간 이견이 불거지면서 폐기 절차를 밟았다. 무엇보다 대기업이 떠난 시장을 주도해온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컸다.
물론 정말로 국가행정망 전산 장애가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간 기술·인력의 역량 차이에서 발생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부의 시스템 선정 과정과 관리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발생하는 것인지는 철저하게 따져봐야 한다. 대기업의 공공 SW 사업 참여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시스템 먹통의 책임을 아래로 돌리려는 행정 편의적 발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간 이해관계가 첨예한 만큼 이번에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도 최종 통과까지는 다소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그간 중견·중소기업과 수차례 자리를 마련해 의견을 청취하고 이견을 조율해 왔다. 그 결과 지난달 2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제1차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에서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의 참여 가능한 공공 SW 사업의 기준 금액을 700억원 이상으로 설정하고 정부 사업에서 중소기업을 컨소시엄에 포함시키면 일정 가점을 부여하는 상생협력 평가제도를 고시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설명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업계와 합의가 됐다는 정부·여당 측 얘기와 달리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며 심사를 미뤘다.
다만 클라우드·인공지능(AI) 시대에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웹서비스(AWS) 같은 글로벌 빅테크마저 국내 공공시장 문을 두드리는 상황에서 국내 대기업에만 기회를 원천 차단하는 게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외면할 수 만은 없는 게 현실이다.
김 의원은 "대기업을 봐주자는 차원이 아니라 국민과 이용자 편익 측면에서 개정안을 제출했다"며 "대형 공공 SW 사업은 오류 발생 시 국가·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심각한 국민 불편과 피해를 초래할 수 있기에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최적의 사업자가 선정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