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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전투표 득표율과 선거당일 득표율이 다르니 부정선거라는 주장
- 트럼프 당선된 미국 대선 개표 데이터 보니 사전-당일 득표율 다른 곳 수두룩
- 하지만 2024년 미국 대선에선 부정선거 주장 없어
- 사전투표자는 선거당일 투표자와 다른 집단
- 20대 대선에선 대도시일수록, 교육 수준 높을수록, 진보성향 일수록 사전투표 참여 높아
- 정치인이 부정선거 음모론 확산 가장 큰 책임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철석같이 믿고 있는 ‘큰 수의 법칙’
국내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부정선거론자들의 핵심 주장은 ‘사전투표가 조작됐다’는 학술연구용역 원가계산 것이다.
사전투표 득표율과 선거당일 득표율이 같거나 비슷해야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의 사전투표 득표율이 선거당일 득표율보다 높기 때문에 그 차이값 만큼 사전투표가 조작됐다는 것이다.
민경욱 전 의원이나 황교안 전 총리 등 오래전부터 사전투표 조작 의혹을 제기해 왔던 부정선거론자들에게 종교와도 같은 수준의 원천적인 확신과 신 개인회생파산 념을 불어 넣어준 것이 바로 ‘대수의 법칙’, 또는 ‘큰 수의 법칙’이다.
‘큰 수의 법칙’에 의해 부정선거를 통계적으로 입증했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인사가 허병기 인하대 명예교수인데, 윤석열 대통령 측은 허 교수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때 증인으로 신청했다 기각당하기도 했다.
‘큰 수의 법칙’은 예를 들어 바둑 흰돌과 모기지대출 검은돌이 반반씩 섞여 있는 큰 상자 안에서 임의로 바둑돌을 꺼낼 경우 꺼낸 돌(표본집단)이 충분히 많아지면 꺼낸 흰돌과 검은돌의 비율이 원래 모집단의 비율인 50대 50에 가까워진다는 법칙이다.
선거부정론자들은 ‘큰 수의 법칙’이 선거에도 예외없이 적용돼야 하고, 같은 지역구 안에서 같은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치러진 선거의 경우 사전투표 득 원리금균등상환계산방법 표율과 선거당일 득표율은 반드시 같아야 한다는 논리를 펼친다.
이해를 돕기 위해 득표율 차이를 그래프로 만들어 보았다.
예를 들어 사전투표에서 A후보와 B후보의 득표율이 60%대 40% 였는데 선거당일 투표에서 50%대 50%가 나왔다고 하면 아래 그림과 같이 A후보 득표율 차이값는 +10%p가 되고 B후보는 -10%p가 학자금대출서류 된다.
▶사전투표에서 얻은 득표율과 선거당일 투표에서 얻은 득표율의 차이를 그래프로 표시했다
다음은 이렇게 만든 지난해 22대 총선의 서울지역 사전-당일투표 득표율 차이 그래프이다.
▶22대 총선의 서울지역 사전-당일투표 득표율 차이 그래프
더불어민주당은 최소 11.8%p(중랑갑)에서 최대 16.02%p(강남병)까지 +값을 보이고 있고 국민의힘은 최소 -11.04%p(강북을)에서 최대 -15.44%p(서초을)까지 -값을 보이고 있다.
강남병 지역구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은 사전투표에서 42%의 득표율로 국민의힘 56%에 뒤졌지만 당일투표 득표율 26%에 비해서는 16%나 높았다.
선거부정론자들은 이 그래프를 ‘큰 수의 법칙’을 위반한 사전투표 조작의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한다.
선거부정론자들에게 이같은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 허병기 인하대 명예교수는 유튜브 방송에서 “표 찍는 사람의 숫자가 많으면 당일 득표율과 사전 득표율이 같다는 게 통계적으로 ‘공리(公理)’라고 해서 전세계가 인정하는 겁니다”라고 말하면서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50석 정도를 도둑 맞았다고 주장한다.
지난 22대 총선의 지역구 의석수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163대 91이 아니라 113대 141이 되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총선을 앞두고 모든 여론조사에서 정권 심판론이 우세했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조차 “야권 200석을 막아달라”고 유세장에서 호소했던 객관적인 사실과 전혀 맞지 않는 주장이다.
과연 당일 득표율과 사전 특표율이 같지 않으면 조작된 선거일까?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인지, 선거부정론자들이 숭앙해 마지 않는 미국의 사례를 살펴봤다.
▶지난 1월 7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성조기를 들고 탄핵 무효를 외치는 시민들. 피켓에 적힌 'STOP THE STEAL'은 미국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2020년 대선이 부정선거라고 외치며 사용했던 문구다. (출처:연합)
‘큰 수의 법칙’대로라면 트럼프 당선된 미국 대선도 부정선거
아래는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버지니아주의 사전투표와 당일투표의 후보별 득표율 차이를 비교한 그래프이다.
‘큰 수의 법칙’은 모집단의 규모가 클 수록 잘 맞기 때문에 버지니아주의 143개 카운티 가운데 투표자수가 5만 명 이상이었던 카운티 22곳의 데이터만 모아 집계했다. 미국의 카운티는 우리나라의 시군구와 비슷한 개념이다.
▶2024년 미국 대선 버지니아주의 사전투표와 당일투표의 후보별 득표율 차이. 지난해 22대 총선 그래프와 흡사하다.
버지니아주는 민주당이 강세인 곳으로 지난해 대선에서 해리스 후보가 51.8%로 46%인 트럼프를 앞선 곳이다. 해리스 후보가 사전투표-당일투표 득표율이 10%p 안팎으로 +값을 보인 반면 트럼프는 반대로 -값을 보이고 있다. 앞서 보았던 지난해 22대 총선 서울지역 총선 그래프와 매우 흡사하다.
선거부정론자들의 주장대로면 버지니아주 선거는 완벽한 부정선거다. 하지만 미국에선 그런 주장이 전혀 들리지 않는다.
(참고: 미국의 경우 주마다 선거제도가 제각각이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선거제도를 갖추고 있고, 사전투표 데이터를 별도로 공개하는 주만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사전투표 데이터에는 우리나라 관내사전투표와 비슷한 투표소 사전투표와 우리나라 관외사전투표와 흡사한 부재자우편투표를 포함시켰다.)
이번엔 반대로 트럼프가 56% 득표율로 42%의 해리스를 앞섰던 공화당 강세주 텍사스주 결과다. 254개 카운티 가운데 투표자수가 10만 명 이상인 카운티 21곳을 집계했다.
▶2024년 미국 대선 텍사스주의 사전투표와 당일투표의 후보별 득표율 차이 그래프.
버지니아주 만큼은 아니지만 득표율 격차가 꽤 큰 곳이 곳곳에 눈에 띈다. 카운티별로 그래프가 들쭉날쭉한 것은 텍사스주 면적이 우리나라보다 7배나 커서 지역별로 편차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는 트럼프가 압승한 텍사스주이지만 주도 오스틴이 있는 트래비스(투표자수 58만 명)를 비롯해 샌안토니오가 있는 벡사 카운티, 달라스, 이달고, 엘파소 같은 대도시 지역에서는 해리스가 사전투표-당일투표 득표율 값에서 큰 폭의 +값을 보였다. 선거부정론자들의 논리대로면 이들 도시지역에서는 해리스의 사전투표가 조작됐다고 봐야 한다.
트럼프 역시 스미스와 러복 같은 카운티에서 6%p가 넘는 +값을 보였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선거부정론자들 주장대로면 트럼프도 이 지역에서 사전투표를 조작해 득표율을 높인 것이 된다. ‘큰 수의 법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다음은 트럼프가 명운을 걸었던 대표적인 경합주 가운데 한 곳, 조지아주의 그래프다. 전체 159개 카운티 가운데 투표자수 5만 명 이상인 카운티 24곳의 개표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다.
▶2024년 미국 대선 조지아주의 사전투표와 당일투표의 후보별 득표율 차이 그래프.
트럼프는 조지아주에서 50.7% 대 48.5%로 이겼지만 해리스가 사전-당일 득표율값에서 5%p 이상 +값을 보이는 카운티가 12곳이나 된다. 조지아주 역시 우리나라보다 1.5배나 큰 면적을 가진 주여서 지역별로 편차가 있다.
이런 결과에 대해 우리나라 부정선거론자들은 사전투표 조작을 주장해야 마땅하겠지만, 정작 미국 조지아주 현지에서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블루 시프트(Blue Shift)와 부정선거 음모론
조지아주는 지난 2020년 미국 대선에서 개표 결과를 놓고 트럼프 진영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가장 강력하게 제기했던 곳 가운데 하나다. 이곳의 패배가 미국 의회의사당 침탈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선거 당일 투표용지 개표에서는 트럼프가 앞서다가 며칠 뒤에 우편으로 늦게 도착한 투표지를 개표하기 시작하면서 바이든 후보가 단 1만여 표 차로 역전시키자 우편투표가 조작됐다고 트럼프 진영에서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물론 트럼프쪽에서 제기한 소송은 모두 기각됐다.
이렇게 우편투표를 개표하면서 또는 대도시 지역의 개표 결과에 따라 승부가 민주당 쪽으로 기우는 현상을 ‘블루 시프트’(Blue Shift)라고 한다.
다음은 지난 2020년 대선에서 블루 시프트가 발생했던 조지아주의 사전-당일 득표율 차이 그래프다. 2024년 그래프와 사뭇 다르다.
▶2020년 미국 대선 조지아주의 사전투표와 당일투표의 후보별 득표율 차이 그래프. 24개 카운티 모두에서 바이든 후보가 +값을 기록하면서 블루 시프트 현상이 발생했다.
2020 대선에서 바이든은 조지아주에서 49.5%의 득표율로 트럼프의 49.26%에 간발의 차로 앞섰다. 하지만 사전-당일 득표율 값은 투표자수가 5만 명 이상인 카운티에서 모두 +값을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미국 조지아주에서 블루 시프트 현상은 2020년에는 발생했고 2024년에는 발생하지 않았다. 2020년은 부정선거였고 2024년은 부정선거가 아니었기 때문일까?
‘큰 수의 법칙’이 맞지 않는 이유…사전투표 조작 때문이 아니라 다른 집단이기 때문
미국 플로리다대 선거연구소에서 조지아주를 포함한 26개 주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24년에 사전투표한 사람 가운데 민주당 지지자는 37.6%, 공화당 지지자는 35.5%로 큰 차이가 없었다. 트럼프 진영에서 사전투표를 적극적으로 독려한 덕분이다.
하지만 2020년에는 사전 투표자 가운데 민주당 지지자가 44.8%, 공화당 지지자가 30.5%로 14.3% 포인트라는 압도적인 차이가 났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역대급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전투표와 우편투표로 몰렸고, 공화당 지지자들에 비해 민주당 지지자들이 사전투표에 더 열정적으로 참여하면서, ‘블루 시프트’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국내에서도 사전투표자들에 대한 분석이 나와 있다.
‘사전투표제도는 누구를 위해 봉사하는가?’(2023, 박상훈 허재영)란 제목의 논문을 보면 20대 대선에 참가한 사전투표자들에게는 사전투표에 참가한 각각의 이유들이 있었다.
‘사전 투표가 편해서’가 35%로 가장 많았고 ‘개인적 사정으로 선거당일 투표할 수 없어서’가 33%, ‘직업상의 이유’가 16% 순이었다.
사전투표자들은 각자만의 이유와 필요성 때문에 능동적으로 사전투표 행위에 참가한 것이어서, 상자에서 임의로 꺼내지는 바둑돌과는 다른 성격의 존재인 것이다.
이 논문을 보면, 대도시일수록 사전투표를 많이 했고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당일투표를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남성이 여성보다 사전투표 비중이 높았고,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사전투표 선택 비중이 높았다. 이념성향에서는 사전투표자가 당일투표자보다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
다시말해 사전투표자 집단과 선거당일 투표자 집단은 서로 다른 성격의 집단이라는 것이다. ‘큰 수의 법칙’이 적용될 수 없는 간단한 이유다.
논문을 쓴 연세대 글로벌학부 허재영 부교수는 “사전 투표한 사람들에게는 사전투표한 각각의 이유가 있다”면서 “사전 투표자는 적극 관여층이라고 봐야하는데 선거 당시 정치 환경에 따라 민주당의 적극 관여층이 상대적으로 사전투표에 나올 요인이 많았다고 해석하면 된다”고 풀이했다.
허 교수의 이 같은 해석은 아래의 2022년 대선 당시 경북 지역의 사전-당일 득표율 차이 그래프에서도 입증된다.
▶2022년 20대 대선 경북지역에서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사전투표와 당일투표의 후보별 득표율 차이 그래프. 전체 득표는 윤석열 후보가 압승했지만 사전-당일 득표율값은 모든 선거구에서 이재명 후보가 +값을 기록했다.
당시 윤석열 후보는 경북 지역의 모든 선거구에서 당일 투표는 물론 사전투표에서도 거의 7대 3의 비율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그럼에도 사전-당일 득표율이 모든 선거구에서 이재명 후보는 +값이고 윤석열 후보는 -값이다. 다만 그 값은 약 3%p로 서울 같은 지역에 비해 크지 않다.
선거부정론자들은 이에 대해 경북은 어차피 보수쪽이 이기기 때문에 조작을 많이 하지 않아서 득표율 차이가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부정선거 세력들은 사전투표에서 단지 약간의 더불어민주당 득표율을 높이기 위해 (그들 주장대로라면) 선관위 서버를 해킹해 조작하고, 24개 경북지역 선거구의 모든 사전투표함을 바꿔치기 하거나 개표소의 투표분류기를 일일이 조작하는 수고와 위험을 감수한 것일까?
다음은 2022년 대선 서울지역의 그래프이다. 경북 지역의 득표율 차이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2022년 20대 대선 서울지역에서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사전투표와 당일투표의 후보별 득표율 차이 그래프
서울지역과 경북지역의 그래프 차이는 조작을 많이 하고 적게 해서 때문이 아니라 ‘대도시 유권자일수록’, ‘진보적인 이념성향이 높을 수록’,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상대적으로 사전투표에 많이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는 위 논문 분석 결과가 더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즉, 서울과 경북지역에 분포하는 민주당 지지 성향의 적극 관여층의 비율이 서로 다르기 때문인 것이다.
부정선거 음모론 확산, 정치인 책임이 가장 크다
지난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앨 고어 후보는 전체 득표에선 공화당 부시 후보에 앞섰지만 선거인단 수에서 밀려 고배를 마셨다.
결정적으로 당락을 가른 곳이 플로리다 주였다. 재검표 결과 부시 후보가 단 537표를 앞서면서 플로리다주 선거인단 25명을 모두 가져갔고 결국 부시의 승리가 확정됐다. 당시 플로리다 주지사는 조지 부시 후보의 친동생인 잽 부시였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선거가 조작됐다며 불복 운동을 펼쳤지만 앨 고어 후보가 깨끗하게 결과에 승복하고 부정선거와 선을 그으면서 부정선거 음모론은 더이상 확산되지 못했다.
▶대선 개표 부정 의혹을 다룬 2017년 김어준의 영화 ‘더 플랜’ 예고편의 한 장면
국내에서도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승리하면서 진보진영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일었다. 김어준씨가 영화 ‘더 플랜’을 통해 분류표와 미분류표의 득표 비율(K값)이 ‘큰 수의 법칙’에 따라 서로 같아야 하는데 그 비율값이 1이 아닌 1.5가 나왔다면서 해킹과 분류기 조작 등의 음모론을 부채질했다. 수많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민주당 의원들을 찾아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지만, 당시 민주당은 부정선거에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진보진영의 부정선거론은 사그라들었다.
그러나 지난 2020년 미국 대선 이후와 현재 한국 상황은 그 반대의 경우다.
정치인이, 그것도 정치적 영향력이 가장 큰 대통령이 부정선거 음모론에 적극 화답하면서 급격히 확산된 경우다.
▶2024년 12월12일 대국민 담화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윤석열 대통령. (자료:KBS 화면)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하상응 교수는 “김어준 씨가 말도 안되는 K값 이야기로 부정선거론을 제기했을 때나 민경욱 전 의원이 2020년 총선 이후 지속적으로 부정선거 음모론을 꺼냈을 때 소속 정당에서 선을 그으니까 퍼지지 않았다”면서 “반면 이번에는 다른 사람도 아닌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부정선거론을 이야기 하니까 주목받지 못했던 부정선거론이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확산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 교수는 “부정선거론은 어느 나라나 선거 때마다 항상 있어 왔다”면서 “부정선거론이 소수 의견으로 남느냐 아니면 확산되느냐는 전적으로 후보나 정당 차원에서 부정선거론을 받느냐 받지 않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확증 편향에 빠진 음모론 지지자들을 설득하는 것보다는 음모론을 확산시키는 정치인에 대해 유권자들이 분명하게 책임을 묻는 것이 가장 좋은 음모론 확산 방지책”이라고 지적했다.
뉴스타파 최기훈 bluemango@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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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부정론자들은 ‘큰 수의 법칙’이 선거에도 예외없이 적용돼야 하고, 같은 지역구 안에서 같은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치러진 선거의 경우 사전투표 득 원리금균등상환계산방법 표율과 선거당일 득표율은 반드시 같아야 한다는 논리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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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병 지역구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은 사전투표에서 42%의 득표율로 국민의힘 56%에 뒤졌지만 당일투표 득표율 26%에 비해서는 16%나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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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대 총선의 지역구 의석수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163대 91이 아니라 113대 141이 되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총선을 앞두고 모든 여론조사에서 정권 심판론이 우세했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조차 “야권 200석을 막아달라”고 유세장에서 호소했던 객관적인 사실과 전혀 맞지 않는 주장이다.
과연 당일 득표율과 사전 특표율이 같지 않으면 조작된 선거일까?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인지, 선거부정론자들이 숭앙해 마지 않는 미국의 사례를 살펴봤다.
▶지난 1월 7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성조기를 들고 탄핵 무효를 외치는 시민들. 피켓에 적힌 'STOP THE STEAL'은 미국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2020년 대선이 부정선거라고 외치며 사용했던 문구다. (출처:연합)
‘큰 수의 법칙’대로라면 트럼프 당선된 미국 대선도 부정선거
아래는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버지니아주의 사전투표와 당일투표의 후보별 득표율 차이를 비교한 그래프이다.
‘큰 수의 법칙’은 모집단의 규모가 클 수록 잘 맞기 때문에 버지니아주의 143개 카운티 가운데 투표자수가 5만 명 이상이었던 카운티 22곳의 데이터만 모아 집계했다. 미국의 카운티는 우리나라의 시군구와 비슷한 개념이다.
▶2024년 미국 대선 버지니아주의 사전투표와 당일투표의 후보별 득표율 차이. 지난해 22대 총선 그래프와 흡사하다.
버지니아주는 민주당이 강세인 곳으로 지난해 대선에서 해리스 후보가 51.8%로 46%인 트럼프를 앞선 곳이다. 해리스 후보가 사전투표-당일투표 득표율이 10%p 안팎으로 +값을 보인 반면 트럼프는 반대로 -값을 보이고 있다. 앞서 보았던 지난해 22대 총선 서울지역 총선 그래프와 매우 흡사하다.
선거부정론자들의 주장대로면 버지니아주 선거는 완벽한 부정선거다. 하지만 미국에선 그런 주장이 전혀 들리지 않는다.
(참고: 미국의 경우 주마다 선거제도가 제각각이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선거제도를 갖추고 있고, 사전투표 데이터를 별도로 공개하는 주만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사전투표 데이터에는 우리나라 관내사전투표와 비슷한 투표소 사전투표와 우리나라 관외사전투표와 흡사한 부재자우편투표를 포함시켰다.)
이번엔 반대로 트럼프가 56% 득표율로 42%의 해리스를 앞섰던 공화당 강세주 텍사스주 결과다. 254개 카운티 가운데 투표자수가 10만 명 이상인 카운티 21곳을 집계했다.
▶2024년 미국 대선 텍사스주의 사전투표와 당일투표의 후보별 득표율 차이 그래프.
버지니아주 만큼은 아니지만 득표율 격차가 꽤 큰 곳이 곳곳에 눈에 띈다. 카운티별로 그래프가 들쭉날쭉한 것은 텍사스주 면적이 우리나라보다 7배나 커서 지역별로 편차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는 트럼프가 압승한 텍사스주이지만 주도 오스틴이 있는 트래비스(투표자수 58만 명)를 비롯해 샌안토니오가 있는 벡사 카운티, 달라스, 이달고, 엘파소 같은 대도시 지역에서는 해리스가 사전투표-당일투표 득표율 값에서 큰 폭의 +값을 보였다. 선거부정론자들의 논리대로면 이들 도시지역에서는 해리스의 사전투표가 조작됐다고 봐야 한다.
트럼프 역시 스미스와 러복 같은 카운티에서 6%p가 넘는 +값을 보였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선거부정론자들 주장대로면 트럼프도 이 지역에서 사전투표를 조작해 득표율을 높인 것이 된다. ‘큰 수의 법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다음은 트럼프가 명운을 걸었던 대표적인 경합주 가운데 한 곳, 조지아주의 그래프다. 전체 159개 카운티 가운데 투표자수 5만 명 이상인 카운티 24곳의 개표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다.
▶2024년 미국 대선 조지아주의 사전투표와 당일투표의 후보별 득표율 차이 그래프.
트럼프는 조지아주에서 50.7% 대 48.5%로 이겼지만 해리스가 사전-당일 득표율값에서 5%p 이상 +값을 보이는 카운티가 12곳이나 된다. 조지아주 역시 우리나라보다 1.5배나 큰 면적을 가진 주여서 지역별로 편차가 있다.
이런 결과에 대해 우리나라 부정선거론자들은 사전투표 조작을 주장해야 마땅하겠지만, 정작 미국 조지아주 현지에서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블루 시프트(Blue Shift)와 부정선거 음모론
조지아주는 지난 2020년 미국 대선에서 개표 결과를 놓고 트럼프 진영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가장 강력하게 제기했던 곳 가운데 하나다. 이곳의 패배가 미국 의회의사당 침탈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선거 당일 투표용지 개표에서는 트럼프가 앞서다가 며칠 뒤에 우편으로 늦게 도착한 투표지를 개표하기 시작하면서 바이든 후보가 단 1만여 표 차로 역전시키자 우편투표가 조작됐다고 트럼프 진영에서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물론 트럼프쪽에서 제기한 소송은 모두 기각됐다.
이렇게 우편투표를 개표하면서 또는 대도시 지역의 개표 결과에 따라 승부가 민주당 쪽으로 기우는 현상을 ‘블루 시프트’(Blue Shift)라고 한다.
다음은 지난 2020년 대선에서 블루 시프트가 발생했던 조지아주의 사전-당일 득표율 차이 그래프다. 2024년 그래프와 사뭇 다르다.
▶2020년 미국 대선 조지아주의 사전투표와 당일투표의 후보별 득표율 차이 그래프. 24개 카운티 모두에서 바이든 후보가 +값을 기록하면서 블루 시프트 현상이 발생했다.
2020 대선에서 바이든은 조지아주에서 49.5%의 득표율로 트럼프의 49.26%에 간발의 차로 앞섰다. 하지만 사전-당일 득표율 값은 투표자수가 5만 명 이상인 카운티에서 모두 +값을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미국 조지아주에서 블루 시프트 현상은 2020년에는 발생했고 2024년에는 발생하지 않았다. 2020년은 부정선거였고 2024년은 부정선거가 아니었기 때문일까?
‘큰 수의 법칙’이 맞지 않는 이유…사전투표 조작 때문이 아니라 다른 집단이기 때문
미국 플로리다대 선거연구소에서 조지아주를 포함한 26개 주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24년에 사전투표한 사람 가운데 민주당 지지자는 37.6%, 공화당 지지자는 35.5%로 큰 차이가 없었다. 트럼프 진영에서 사전투표를 적극적으로 독려한 덕분이다.
하지만 2020년에는 사전 투표자 가운데 민주당 지지자가 44.8%, 공화당 지지자가 30.5%로 14.3% 포인트라는 압도적인 차이가 났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역대급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전투표와 우편투표로 몰렸고, 공화당 지지자들에 비해 민주당 지지자들이 사전투표에 더 열정적으로 참여하면서, ‘블루 시프트’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국내에서도 사전투표자들에 대한 분석이 나와 있다.
‘사전투표제도는 누구를 위해 봉사하는가?’(2023, 박상훈 허재영)란 제목의 논문을 보면 20대 대선에 참가한 사전투표자들에게는 사전투표에 참가한 각각의 이유들이 있었다.
‘사전 투표가 편해서’가 35%로 가장 많았고 ‘개인적 사정으로 선거당일 투표할 수 없어서’가 33%, ‘직업상의 이유’가 16% 순이었다.
사전투표자들은 각자만의 이유와 필요성 때문에 능동적으로 사전투표 행위에 참가한 것이어서, 상자에서 임의로 꺼내지는 바둑돌과는 다른 성격의 존재인 것이다.
이 논문을 보면, 대도시일수록 사전투표를 많이 했고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당일투표를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남성이 여성보다 사전투표 비중이 높았고,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사전투표 선택 비중이 높았다. 이념성향에서는 사전투표자가 당일투표자보다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
다시말해 사전투표자 집단과 선거당일 투표자 집단은 서로 다른 성격의 집단이라는 것이다. ‘큰 수의 법칙’이 적용될 수 없는 간단한 이유다.
논문을 쓴 연세대 글로벌학부 허재영 부교수는 “사전 투표한 사람들에게는 사전투표한 각각의 이유가 있다”면서 “사전 투표자는 적극 관여층이라고 봐야하는데 선거 당시 정치 환경에 따라 민주당의 적극 관여층이 상대적으로 사전투표에 나올 요인이 많았다고 해석하면 된다”고 풀이했다.
허 교수의 이 같은 해석은 아래의 2022년 대선 당시 경북 지역의 사전-당일 득표율 차이 그래프에서도 입증된다.
▶2022년 20대 대선 경북지역에서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사전투표와 당일투표의 후보별 득표율 차이 그래프. 전체 득표는 윤석열 후보가 압승했지만 사전-당일 득표율값은 모든 선거구에서 이재명 후보가 +값을 기록했다.
당시 윤석열 후보는 경북 지역의 모든 선거구에서 당일 투표는 물론 사전투표에서도 거의 7대 3의 비율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그럼에도 사전-당일 득표율이 모든 선거구에서 이재명 후보는 +값이고 윤석열 후보는 -값이다. 다만 그 값은 약 3%p로 서울 같은 지역에 비해 크지 않다.
선거부정론자들은 이에 대해 경북은 어차피 보수쪽이 이기기 때문에 조작을 많이 하지 않아서 득표율 차이가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부정선거 세력들은 사전투표에서 단지 약간의 더불어민주당 득표율을 높이기 위해 (그들 주장대로라면) 선관위 서버를 해킹해 조작하고, 24개 경북지역 선거구의 모든 사전투표함을 바꿔치기 하거나 개표소의 투표분류기를 일일이 조작하는 수고와 위험을 감수한 것일까?
다음은 2022년 대선 서울지역의 그래프이다. 경북 지역의 득표율 차이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2022년 20대 대선 서울지역에서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사전투표와 당일투표의 후보별 득표율 차이 그래프
서울지역과 경북지역의 그래프 차이는 조작을 많이 하고 적게 해서 때문이 아니라 ‘대도시 유권자일수록’, ‘진보적인 이념성향이 높을 수록’,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상대적으로 사전투표에 많이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는 위 논문 분석 결과가 더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즉, 서울과 경북지역에 분포하는 민주당 지지 성향의 적극 관여층의 비율이 서로 다르기 때문인 것이다.
부정선거 음모론 확산, 정치인 책임이 가장 크다
지난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앨 고어 후보는 전체 득표에선 공화당 부시 후보에 앞섰지만 선거인단 수에서 밀려 고배를 마셨다.
결정적으로 당락을 가른 곳이 플로리다 주였다. 재검표 결과 부시 후보가 단 537표를 앞서면서 플로리다주 선거인단 25명을 모두 가져갔고 결국 부시의 승리가 확정됐다. 당시 플로리다 주지사는 조지 부시 후보의 친동생인 잽 부시였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선거가 조작됐다며 불복 운동을 펼쳤지만 앨 고어 후보가 깨끗하게 결과에 승복하고 부정선거와 선을 그으면서 부정선거 음모론은 더이상 확산되지 못했다.
▶대선 개표 부정 의혹을 다룬 2017년 김어준의 영화 ‘더 플랜’ 예고편의 한 장면
국내에서도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승리하면서 진보진영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일었다. 김어준씨가 영화 ‘더 플랜’을 통해 분류표와 미분류표의 득표 비율(K값)이 ‘큰 수의 법칙’에 따라 서로 같아야 하는데 그 비율값이 1이 아닌 1.5가 나왔다면서 해킹과 분류기 조작 등의 음모론을 부채질했다. 수많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민주당 의원들을 찾아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지만, 당시 민주당은 부정선거에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진보진영의 부정선거론은 사그라들었다.
그러나 지난 2020년 미국 대선 이후와 현재 한국 상황은 그 반대의 경우다.
정치인이, 그것도 정치적 영향력이 가장 큰 대통령이 부정선거 음모론에 적극 화답하면서 급격히 확산된 경우다.
▶2024년 12월12일 대국민 담화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윤석열 대통령. (자료:KBS 화면)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하상응 교수는 “김어준 씨가 말도 안되는 K값 이야기로 부정선거론을 제기했을 때나 민경욱 전 의원이 2020년 총선 이후 지속적으로 부정선거 음모론을 꺼냈을 때 소속 정당에서 선을 그으니까 퍼지지 않았다”면서 “반면 이번에는 다른 사람도 아닌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부정선거론을 이야기 하니까 주목받지 못했던 부정선거론이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확산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 교수는 “부정선거론은 어느 나라나 선거 때마다 항상 있어 왔다”면서 “부정선거론이 소수 의견으로 남느냐 아니면 확산되느냐는 전적으로 후보나 정당 차원에서 부정선거론을 받느냐 받지 않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확증 편향에 빠진 음모론 지지자들을 설득하는 것보다는 음모론을 확산시키는 정치인에 대해 유권자들이 분명하게 책임을 묻는 것이 가장 좋은 음모론 확산 방지책”이라고 지적했다.
뉴스타파 최기훈 bluemango@newstap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