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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림 이병주(1921~1992) 작가가 보았다면, 흐뭇해했을 밤이었다. 아마 보았을 것이다. 이 행사가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 문학콘서트이기도 했다. 한국 문학을 빛낸 대문호 나림 이병주 작가를 기리며 공유하는 일이 다채로워질 수 있음을 이 밤은 기약했다, 제3회 나림 이병주 문학 콘서트가 국제신문·㈔이병주기념사업회(공동대표 이기수 김종회) 공동 주최, 서봉리사이클링㈜ 협찬으로 지난 6일 저녁 부산 연제구 국제신문 4층 강당에서 열렸다. 행사 얼개는 문화유목집단동행(예술감독 정두환)이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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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부산 연제구 국제신문 4층 강당에서 열린 제3회 나림 이병주 문학 콘서트에서 강소연 바이올리니스트(왼쪽)와 김경태 기타리스트가 이병주 작가의 애청 클래식 곡을 연주한 뒤 객석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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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나림이란’ 하고 물었더니
2022년 시작해 3회째를 맞은 나림 이병주 문학 콘서트를 앞두고 주최·주관 측은 거듭 궁리했다. ▷1, 2회의 정신과 틀은 지키면서 조금이라도 더 새로워질 수 없을까 ▷앞으로 안정되게 이어갈 형식 또는 얼개를 짤 수 없을까 ▷작가 이병주를 기리고 함께 나누는 사업을 다채롭게 미국신용불량 펼칠 발판을 작게나마 놓아보자. 이렇게 해서 독자 시민 전문가 ‘참여형’ 방향이 나왔다. 참여형 모델로 가면, 기본 틀은 지키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계속 충전할 수 있다고 보았다.



‘나에게 나림 이병주란’을 발표하는 김주성 소설가.


하나은행 그런 점에서 제3회 나림 이병주 문학 콘서트 핵심은 ‘나에게 나림 이병주란’이라는 제목으로 진행한 발표였다. ㈔이병주기념사업회에 속한 전문가 3인, 시민 4인, 국제신문 2인, 이렇게 9명이 참여했다. 부산의 나림연구회(회장 조광수 전 한국아나키즘학회 회장) 일원인 박하 시인은 직접 지은 시 ‘나림 숲의 초대’로 문을 열었다. 보탤 수도 뺄 주택금융공사 채용 수도 없을 만큼 이 밤과 잘 어울린 시였다. 끝 대목은 이렇다. “환영합니다. 여러분!/ 이제부터 나림 숲에서/ 즐거이 헤매봅시다.”
소설가·문학박사인 김주성 ㈔이병주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은 이병주 소설 ‘꽃의 이름을 물었더니’ ‘허드슨강이 말하는 강변 이야기’를 바탕으로 나림의 사랑에 관한 고급스러운 발표를 들려주었다. 부산 출신으로 문학사상사 대표·동아일보 출판국장을 지낸 고승철 소설가는 ‘나에게 나림 이병주란’이라는 물음에 “내 인생을 이상한 방향으로 끌고 간 사람”이라고 답해 좌중을 웃게 했다.
마산중학교 다니던 시절 이병주 작품에 빠져버린 소년 고승철은 뒷날 나남출판사에서 일할 때 절판된 이병주 소설을 구해 “세로쓰기로 된 그 작품을 직접 타이핑해가며” 현대 감각 새 책으로 8종이나 복간했다. 그가 경향신문 기자이던 시절 당시 이광훈 문화부장이 이병주의 ‘첫 작품’을 접하고는 독자가 소설인지 실화인지 헷갈릴 수 있다고 판단해 제목을 고친 일도 있었다. 그 소설 원래 제목은 ‘알렉산드리아’, 고친 제목은 ‘소설·알렉산드리아’이다. 이병주의 출세작이다. 문화잡지 월간 쿨투라 발행인·도서출판 작가 대표인 손정순 시인은 최전선의 출판인답게 젊은 층이 이병주 작품을 즐기게 할 아이디어를 내놓아 박수를 받았다.
▮시민 참여로 꽃 피우다
문화·예술 기획자가 꿈꾸는 일이 있다. ‘예술·문화 축전을 일회성에 그치게 하지 말자. 꾸준한 시민 참여로 콘텐츠를 가꾸는 일을 한 뒤 축전에서 그 성과가 꽃피게 하자.’ 이런 방식을 이번 행사에 적용해 보았다. 조광수 회장과 문화유목집단동행이 주축이 돼 ‘나림연구회’를 올해 초 발족했다. 회원 10여 명인 나림연구회는 한 달에 한 번 나림 작품을 읽고 토론했다. ‘이병주 문학과 인문 클래식’이라는 시민 강좌도 5회 열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나림 문학을 발견한 시민이 제3회 나림 이병주 문학 콘서트에 중요한 참여자가 되어 ‘나에게 나림 이병주란’이라는 짧은 발표를 했다. 시민 이진무 씨의 발표는 감동을 안겼다. “24세 청년 때 소설 ‘지리산’(전7권)을 읽고 큰 울림을 받은 제가 환갑에 이른 지금 다시 ‘지리산’을 읽으며 삶과 세상과 운명에 관해 새롭게 생각한다.” 빼어난 현대사 소설 ‘지리산’ 속 주인공들 운명을 그는 떠올렸다. 깊게 응시하고 자신을 돌아보게 해주는 일은 문학의 큰 선물이다.
시민 박귀자 씨는“좀 더 젊었을 때 이병주 소설을 만났더라면…. 그는 내게 감사의 대상이자 선생님이다. 작품을 글씨로 써서 병풍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시민 조영림 씨의 발표는 마치 문학 작품 같았다. 제목은 ‘연애편지-영림이 나림에게, 나림에게 보내는 데이트 신청’이었다. 조영림 씨는 나비넥타이를 매고 환히 웃는 나림 이병주의 사진에서 자기를 그렇게 예뻐하고 자랑스럽게 여긴 외할아버지를 떠올렸다. 국제신문 김태훈 기자는 내년 상반기 완성을 목표로 국제신문이 제작 중인 이병주 다큐멘터리에 관해 설명했다.
▮피아졸라 ‘오블리비언’이 흐른 밤
나림 이병주는 경남 하동 태생으로, 진주에서 배우고, 마산에서 활동했으며, 일본 유학을 다녀왔다. 부산에서 국제신문(당시 국제신보) 주필 겸 편집국장으로 일하며 4·19 혁명을 지금 보아도 놀라울 정도로 멋지게 보도하는 등 언론인으로서 꽃을 피운 뒤 서울로 가 ‘지리산’ ‘산하’ ‘관부연락선’ ‘소설 남로당’ ‘그해 5월’ ‘바람과 구름과 비’ ‘행복어사전’ ‘소설 허균’ ‘예낭풍물지’ ‘마술사’ ‘백로선생’ 등 걸작을 쓰며 전무후무 문학 산맥을 일구었다.
‘콘서트’이므로 나림의 애청 음악을 듣는 순서는 중요했다. 바이올리니스트 강소연, 기타리스트 김경태가 피아졸라 ‘오블리비언(망각)’,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 중 ‘올드 캐슬’, 카를로 루스티첼리 ‘부베의 연인’, 쇼팽 ‘녹턴’을 연주했다. 행사가 빛난 순간이었다.
오상준 국제신문 총괄본부장은 “내년에는 나림 선생이 젊은 시절을 보낸 일본으로 문학기행을 떠나는 프로그램도 구상 중이다. 나림 ‘선배님’을 기리는 사업을 더욱 잘 가꾸고 싶다”고 했다. 김종회 ㈔이병주기념사업회 공동대표는 “나림 선생이 일한 국제신문에서 문학 콘서트를 열어 더욱 뜻깊다. 부산을 중심으로 더 많은 일을 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축사를 했다. 30권짜리 이병주 작품집과 ‘이병주 평전’(안경환 지음)을 펴낸 한길사 김언호 대표는 초대 손님으로서 한 축사에서 “고마운 자리다. 빛나는 존재인 이병주 선생을 기리고 알리기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한다”(딸린 기사 참조)고 말했다.
이병주 선생의 아들 이권기 전 경성대 교수는 “선친께서는 ‘사람은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여러분께서 그러하듯 선친께서도 여러분을 사랑하신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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