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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 큭큭. 에게 항상 송엄마의 조력사망 기록을 담은 에세이집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를 출간한 남유하 작가. 이충우 기자


전 세계를 통틀어도 존엄사를 허용하는 나라는 아직 드물다. 2002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한 네덜란드를 비롯해 미국의 몇 개 주와 스위스, 벨기에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이 중 한국인이 죽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스위스가 유일하다. 스위스 조력사망 단체에 따르면 현재까지 10명 남짓한 한국인이 이들의 도움을 받아 세상을 떠났고, 약 300명이 가입해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2023년 8월 3일 사망한 조순복 씨는 한국인으로는 여덟 번째로 스위스 조력사망 기관 디그니타스에서 삶을 정리했다. 10년이 넘는 유방암 투병 생활 서울개인급전 중 암이 재발해 다른 장기로 급속하게 퍼지면서 내린 결정이었다. 그가 평안에 이르는 여정에는 딸 남유하 작가가 있었다. SF 작가인 남 작가는 올해 초 출간한 에세이집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에 일련의 과정을 담았다.
남 작가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며 "책 제목은 조력사망일 전날 하루라도 빨리 받고 싶다며 전한 엄마의 말"이라며 " 현대자동차 노조 정부는 조력사망을 제도화하면 생명 경시 문화가 퍼질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말기 암 환자 등이 고통을 이겨낼 유일한 방법"이라며 "이 같은 선택권을 제약하는 것이 오히려 생명을 경시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은 인공호흡기를 떼는 등 연명치료 중단을 통한 소극적 안락사만 가능하다. 조력사망을 비 아이폰통신비 롯한 적극적 안락사를 도왔을 땐 자살방조죄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국회에 이를 합법화하는 법안이 몇 차례 발의됐지만 실질적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남 작가 모녀가 범죄의 경계선에서 조력사망을 선택한 것은 그만큼 감당해야 하는 고통이 컸기 때문이다. 조씨는 통증을 두고 '온몸을 난도질하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남 작가를 만나는 날에는 이자율계산법 독한 진통제를 두 차례 먹고 안 아픈 척을 해야만 했다. 삶을 공유하고 있는 아버지의 말도 결단에 힘을 실었다. 그는 "처음엔 반대했지만 한밤중에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치는 아내를 보면서, 진정으로 아내를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자문했다"고 했다.
조력사망 결심과 별개로 실제 디그니타스의 '그린라이트'(허가)를 받는 것은 쉽지 않았다. 정식 새마을금고중앙회 관리직군 회원이 되면 영문 의료 기록과 '라이프리포트', 조력사망을 요청하는 자필 서명 편지를 보내야 했다. 라이프리포트는 병력 중심으로 환자가 쓴 자신의 일대기다. 의료 기록에는 병명과 치료 날짜를 비롯해 어떤 치료를 어떻게 받았는지, 통증은 얼마나 심한지 등 주치의의 소견이 필수였다. 이 과정에 이동비용까지 더해 대략 2000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서류를 준비하는 과정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라이프리포트를 영문으로 번역하는 과정이 그랬다. 극심한 통증으로 '우울하다(depressed)'는 단어를 쓴 것이 문제가 됐다. 조력사망을 받기 위해서는 제3자의 개입이나 우울감에 치우치지 않은 온전한 자신의 결정임을 증명하는 게 중요했다. 고통을 표현하는 문화적 차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기관은 우울 병력 유무에 대한 추가 서류를 요구했다.
조씨의 병세가 급격하게 악화된 점도 변수였다. 2023년 10월 말로 조력사망 시행 일정을 잡았지만 통증의 강도가 극심해지면서 9월 초, 8월 말, 8월 3일 등으로 계속 앞당겨야 했다. 맨 마지막 결정은 시행일로부터 불과 8일 전에 이뤄진 것이었다. 남 작가는 "만약 한국에 조력사망 제도가 있었다면 엄마가 며칠은 더 살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슬픔에 힘겨워하는 가족들을 독려한 것은 조씨였다. 현지 의사와 두 차례 대면 인터뷰를 하면서 순수한 자기 결정에 따라 확실히 죽을 의향이 있다는 점을 설명하면서도 그의 마음은 가족에게 닿아 있었다. 그는 조력사망을 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이라며 울지 말자고 했다고 한다. 스위스의 풍광을 즐길 수 있게 전망 좋은 호텔을 잡았지만 조씨는 물론 가족 누구도 경관은 눈에 담지 못했다.
어머니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는 점은 위안이 됐다. 조씨는 숨이 달아나는 동안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도록 주사 대신 약으로 된 펜토바르비탈나트륨을 먹었다. 남 작가는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숨을 거두는 모습에 힘들었다"면서도 "엄마를 괴롭혔던 암세포마저 죽어 쪼그라드는 것을 보고 위안을 얻었다"고 말했다.
남 작가가 자신을 '디그니타스 회원의 딸'로 설명하면서 조력사망 제도가 도입될 수 있도록 각종 간담회에 참여하는 까닭이다. 스위스에서 돌아온 그의 아버지가 이웃들에게 조씨의 죽음을 밝히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고 더 큰 동력을 얻었다. 그는 "척추 주변까지 전이돼 휠체어를 타야 했던 엄마가 한국에서는 왜 도움을 받지 못하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며 "말기 암 환자들이 고통을 끝내기 위해 8770㎞를 이동하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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