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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타려고 뛰느라 혼났네.”
지난 24일 새벽 3시40분쯤 서울 도봉구 쌍문역 버스정류장. 새벽동행 자율주행버스인 ‘A160’ 버스에 서둘러 탑승한 김분연(79)씨가 가쁜 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새벽일 나간 지 20년 됐는데 이렇게 마음 편히 가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기존 버스가 다니지 않던 시간에도 운행하니 일터에 나가기가 한결 편해졌다”며 환하게 웃었다. 뒤이어 탑승한 전모씨가 “ 씨티캐피탈지점 진짜 스스로 움직이는 버스야?”라고 묻자 옆에 있던 동료는 “그렇다니까. 얼른 자리에 가서 앉아요. 승객이 서 있으면 출발을 안 한대”라며 서둘러 자리를 잡았다.
도봉산역광역환승센터에서 평일 오전 3시30분에 출발하는 A160 버스는 서울시가 지난달 26일부터 시범 운행 중인 자율주행버스로,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운행 시간도 인적이 드문 주민등록등본 심야로 잡고 노선도 환경미화원이나 경비원 등 새벽 근로자들의 수요가 많은 구간으로 정했다. 실제로 이 버스는 도봉구에서 출발해 도심을 지나 영등포역까지 하루 1회 왕복 운행한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승객이 늘어 지난 한 달 탑승객이 1600명을 넘어섰다. 승객 이승현(69)씨는 “처음엔 속도가 좀 느리다 싶었는데 요즘은 많이 빨라져 일반 버스와 비슷하다고 개인파산제도 느껴질 정도”라고 전했다.
“아이고. 오늘은 같이 못 가겠네.” 다음 정류장에서 탑승한 동료가 만석으로 버스에 타지 못하자 김씨가 못내 아쉬워했다. 시범 운행 중인 자율주행버스인 만큼 입석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22개 좌석엔 안전벨트도 설치돼 있고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기사가 운전석에 앉아 안전을 관리하고 있다. 운영요원도 동행한다. 통신요금체납 이날 운영요원을 맡은 홍진우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매니저는 “아직 자율주행버스가 익숙하지 않은 승객의 승하차 등을 안내하기 위해 함께 탑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캠코 바꿔드림론 자율주행버스 앞쪽에 현재 위치와 속도 등이 표시된 대형 모니터가 설치돼 있다. 신수민 기자
자율주행버스가 모두 잠든 심야부터 새벽 시간에 도심 도로를 달리며 ‘시민의 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2022년 12월 국내 최초로 대중교통으로 편입된 ‘청와대A01’ 자율주행버스가 2년째 청와대 주변을 별다른 사고 없이 운행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12월 운행을 시작한 서울시 자율주행버스인 ‘심야A21’도 지난 4일 운행 1주년을 맞았다.
노하우가 쌓이면서 자율주행버스 운행 지역도 서울에서 지방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10월엔 경남 하동에서 첫 농촌형 자율주행버스가 운행을 시작했다. 대중교통 취약 지역인 농어촌 지역에 자율주행버스를 도입해 교통 복지 서비스를 높이려는 취지였다. 고령층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 주민들이 선뜻 이용할지 우려도 됐지만 기우였다. 하동군 집계 결과 지난 두 달간 2122명이 탑승해 동시간대 비자율주행버스 이용객보다 많았다.
황민재 하동군 교통정책담당 계장은 “농촌 지역이다 보니 운전기사 부족과 고령화로 버스 운행이 쉽지 않았다”며 “배차 간격도 반으로 줄고 짐칸도 설치돼 노인회관이나 시장에 가는 어르신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농촌 지역 특성상 짐이 많거나 거동이 어려운 경우 가까운 거리라도 택시를 불러야 하는 애로 사항이 있었지만 자율주행버스가 다니면서 불편함이 크게 해소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용객들의 호응이 늘면서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도 확대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정하는 이 지구는 자율주행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규제 특례를 받을 수 있는 구역으로 이달까지 총 42곳으로 늘어났다. 이 중 고정 노선형 정기운행 버스도 서울 청와대 일대와 합정역~동대문역 등 중앙버스전용차로, 충북 오송역~세종터미널~대전 반석역 구간, 경기 판교·안양, 경남 하동 등 6개 지구에서 운행 중이다.
자율주행버스가 이처럼 확대되고 있는 데는 탈탄소 전환 교통 정책의 일환으로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하는 추세와 자율주행차 중 버스가 비교적 도입이 용이하다는 점 등이 두루 작용했다는 평가다. 윤태관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운행할 때의 안전성이나 구매 비용 부담 측면에서 승용차보다는 정해진 노선을 운행하는 대중교통 중심으로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엔 버스기사 인력난도 한몫하고 있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버스 운수종사자 10명 중 4명이 60세 이상으로 갈수록 고령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버스운송자격증 취득자도 지난해 2만4700명으로 4년 전보다 1만3000명 넘게 줄었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버스 체계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장점을 살리면서 개선할 부분은 적극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윤 연구위원은 “차량 뒷면에 자율주행차량임을 알리는 표시를 의무화해 일반 차량이 주의 운전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자율주행버스 운행 정보 등 체계적인 데이터 관리를 위한 법과 제도 또한 시급히 정비돼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자율주행버스는 사람이 운전할 때보다 엄격하게 세팅이 돼 있어 신호가 바뀌는 순간 급정거하는 경우가 있다”며 “신호 정보를 미리 받을 수 있는 기술 인프라를 구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신수민 기자 shin.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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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하우가 쌓이면서 자율주행버스 운행 지역도 서울에서 지방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10월엔 경남 하동에서 첫 농촌형 자율주행버스가 운행을 시작했다. 대중교통 취약 지역인 농어촌 지역에 자율주행버스를 도입해 교통 복지 서비스를 높이려는 취지였다. 고령층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 주민들이 선뜻 이용할지 우려도 됐지만 기우였다. 하동군 집계 결과 지난 두 달간 2122명이 탑승해 동시간대 비자율주행버스 이용객보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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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버스가 이처럼 확대되고 있는 데는 탈탄소 전환 교통 정책의 일환으로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하는 추세와 자율주행차 중 버스가 비교적 도입이 용이하다는 점 등이 두루 작용했다는 평가다. 윤태관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운행할 때의 안전성이나 구매 비용 부담 측면에서 승용차보다는 정해진 노선을 운행하는 대중교통 중심으로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엔 버스기사 인력난도 한몫하고 있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버스 운수종사자 10명 중 4명이 60세 이상으로 갈수록 고령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버스운송자격증 취득자도 지난해 2만4700명으로 4년 전보다 1만3000명 넘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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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민 기자 shin.su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