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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해?”“넌 노크하고 내 심장을 그 허벅지의 입에7. ‘백골화’된 소나무 집단고사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침엽수가 고사하고 있다. 태백산국립공원에서도 50~60년된 소나무들이 고사한 것이 확인됐다. 2023년 기준 총 500여개체다. 원인으로는 기후 스트레스가 지목된다. 봄·겨울 기온 상승과 잦아진 극한 가뭄이 소나무가 고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 지난 10일 드론으로 촬영한 태백산 조록바위봉. 소나무가 죽고 암반이 드러나며 군데군데가 하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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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백산 소나무 500여개체 “백골화됐다” 하얬다. 초록의 잎이 하나 없는 줄기는 앙상한 뼈를 떠올리게 했다. 울퉁불퉁한 갈색의 나무 표피도 온데간데 없었다. 수피가 벗겨진 몸통은 매끈해 보였다. 가뭄 때문에 쩍쩍 갈라진 땅처럼 몸통 군데군데엔 틈이 벌어졌다. 지난 10일 강원 태백시와 경북 봉화군의 경계에 있는 태백산국립공 저가항공사 원 조록바위봉을 찾았다. 국립공원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현재 이곳에서만 소나무 395개체가 고사했다. 현장에는 우남규 태백산국립공원사무소 주임과 최대훈 국립공원연구원 연구원이 동행했다. 바위봉과 가까운 봉화군 대현리 현불사 근처에서 항공 드론을 띄웠다. 육안으로는 고사목을 찾을 수 없었다. 250m 상공으로 오른 드론이 이내 고사목을 잡아냈다. 조종기 주택매매시 세금 화면에 드러난 고사목은 참담하기 그지 없었다. 최 연구원은 “백골화됐다”고 탄식했다. 우 주임이 조종기 버튼을 좌우로 움직일 때마다 화면에는 죽은 소나무가 끝없이 새롭게 나타났다. 우 주임은 “지금 보고 있는 구역이 소나무가 집단적으로 고사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잎을 모두 떨군 채 몸통만 남은 고사목 때문에 흰색과 회색의 암벽이 더욱 도드라졌다. 꼬챙이 통신비 같은 나무가 암반 위에 위태롭게 서 있었다. 태백산 동남쪽에 위치한 싸리재 능선에서도 집단 고사가 확인됐다. 한 시간여 산을 올라 능선에 다다르자 밑동을 드러낸 채 쓰러진 나무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성인 손보다 더 큰 돌덩이가 나무 몸통 군데군데 박힌 채였다. 손으로 잡아당기니 갈라진 그루터기 일부가 우지끈 뜯어졌다. 이곳 싸리재에서도 85개체가 고 2010년주5일제 사했다. 이날 관찰한 구역에서만 하얗게 말라죽은 소나무가 20여그루였다. 일부 나무는 아직 쓰러지지 않았지만 수피가 벗겨지고 있었다. 둘레가 얇고 키가 큰 나무들이 서로 기대어 도미노처럼 쓰러져 있었다.






▲ 지난 10일 태백산 조록바위봉에서 드론으로 촬영한 소나무 고사목. 태백산국립공원사무소 제공





■ 고사 요인에 ‘가뭄’ 추정 국립공원연구원의 ‘국립공원 소나무 실태 조사 연구’에 따르면 태백산국립공원 소나무 500여개체가 고사했다. 지난해 조사 결과, 5개 국립공원 가운데 고사목은 설악산 41개체, 소백산 34개체, 오대산 11개체, 치악산 4개체 등이다. 태백산의 고사목이 압도적으로 많다. 국립공원연구원은 태백산 소나무의 고사 원인으로 2012년 가뭄을 지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계열 분석 결과 조록바위봉에서 2013년 집단 고사가 확인됐다. 싸리재 소나무 역시 2013년부터 고사가 시작돼 2017년까지 고사가 발생했다. 최 연구원은 고사목을 가리키며 “이곳 나무들은 소위 ‘끓는점’이 낮았던 것”이라며 “2012년 가뭄이라는 충격에 버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했다. 최 연구원은 이곳 태백산 소나무 고사가 기후변화의 결과로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기후변화가 가져오는 예측불가능한 요인에 ‘약한 고리’부터 고사한 것 아니냐는 분석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약한 고리’는 암반 지형이다. 소나무가 고사한 조록바위봉과 싸리재 능선 지점은 모두 암반 지형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같은 지형은 수분 함량이 낮을 수밖에 없는데, 가뭄이라는 기후 이벤트를 겪으며 고사를 당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하다. 또, 능선을 따라 밀집한 소나무들은 강풍의 영향을 직격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 우 주임은 “같은 지역에 분포하는 다른 나무들도 서식에 불리한 환경”이라며 “극단적인 날씨가 또 다시 찾아온다면 피해는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기후변화는 기온 상승 뿐 아니라 폭우, 폭염과 같은 이벤트가 특히 위험한 것 아니겠느냐”며 “취약 지역에는 기후 이벤트가 칼처럼 꽂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구상나무에 이어 소나무도…침엽수림 위기 “지금은 시작단계입니다. 얼른 건강한 소나무 열매를 채취해 씨앗 저장고에 갖다놔야 해요.”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17일 본지 통화에서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 2015년부터 국내를 다니며 침엽수림 고사를 확인해왔다. 지난달 말에도 태백산국립공원의 소나무 집단고사 현장을 확인했다. 그는 종자 보관을 언급하며 “지금은 고사율이 완만하다고해도 개체 수가 수직으로 팍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구지방환경청에 따르면, 1998년 봄철 진주, 사천, 의령, 나주 등에서 소나무 고사 피해가 있었고, 이후 2014년 울진 왕피천보호구역 인근 소광리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에서 집단 고사가 확인됐다. 이 지역은 석회암지대다. 최근에는 인근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소나무 고사가 관찰되고 있다. 서 위원에 따르면, 삼척시 풍곡리, 봉화군 석포리·고선리, 울진군 전곡리·쌍전리·소광리가 같은 상황이다. 태백산국립공원 역시 이 지역과 비슷한 위도에 있다. 서 위원은 태백산 소나무는 울진의 금강소나무와 유전자가 거의 같다는 점을 언급했다. 울진의 금강소나무는 봄·겨울의 기온 상승과 가뭄에 따른 수분 부족 등이 고사 원인으로 지목됐다. 결국 기후 스트레스에 따른 죽음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침엽수림의 위기가 이미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2013년엔 한라산에서 구상나무의 집단 고사가 알려졌다. 크리스마스 트리로 사랑받는 소나무과 침엽수림 구상나무는 주로 남쪽 지역에 서식한다. 지리산에서도 집단 고사가 확인됐다. 같은 과인 가문비나무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 남은 가문비나무는 3만여 그루로 알려졌다. 문민규 강원대학교 에코환경과학전공 교수는 “한반도 전체에서 침엽수가 전반적으로 쇠퇴하고, 활엽수가 상대적으로 득세하고 있다”며 “기후 요인에 따른 고사는 향후 더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산지대의 척박한 환경에서 사는 침엽수림이 기온 상승과 수분 부족이라는 바뀐 환경에 가장 먼저 반응하고 있는 셈이다. 안전상의 문제도 뒤따른다. 서 위원은 설악산의 소나무 고사를 그 사례로 제시했다. 서 위원은 “설악산은 저지대에 소나무가 분포하는데, 탐방로 인근의 소나무가 고사하는 상황”이라며 “나무가 돌부리를 머금고 쓰러지면 탐방객들의 안전에도 위협이 된다”고 우려했다.






▲ 지난 10일 태백산 싸리재 능선의 한 소나무. 수피가 벗겨지며 고사가 진행 중이다. 이설화





■ 태백산 소나무는 다시 군락을 이룰 수 있을까 이날 태백산 싸리재에서는 성인 가슴 높이의 어린 소나무가 발견됐다. 도복된 나무 바로 옆자리에서 초록잎을 달고 있는 소나무가 줄지어 자라고 있었다. 최 연구원은 “오늘 산에 오르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마음이 한결 놓인다”며 “1년 전 조사 당시에는 무척이나 황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자리에 몇십년 동안 종자가 계속 떨어지지 않았겠느냐”며 “울창한 소나무가 사라지면서 다시 햇빛이 들어오니 새로운 소나무가 올라오는 것 같다”고 반가워했다. 우 주임은 2021년에 찍은 사진을 들어보이며 “이 위치가 사진과 같은 곳인데, 무릎 높이까지 오던 나무가 어느새 가슴까지 올라오게 됐다”고 했다. 우 주임은 관찰을 마치며 태백산국립공원 검룡소의 나도범의귀를 이야기했다. 나도범의귀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한강의 발원지로 알려진 검룡소에서만 확인된다. 빙하기 때 한반도에 살았던 식물로, 세계적으로 추운 지역에서만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 주임은 “백두산, 개마고원에 가면 지천에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검룡소 외엔 찾지를 못했다”며 “기온이 계속 상승한다면 이곳 나도범의귀도 멸종될 수 있다”고 했다. 태백산국립공원사무소는 24시간 관찰카메라를 달아놓고 나도범의귀를 관찰하며 보호 중이다. 이곳에서 다시 자라난 소나무들은 솔방울을 피울 수 있을까. 가슴 높이의 소나무를 마주보니 쉽게 발을 뗄 수 없었다. 이날 태백의 낮 기온은 7.8도까지 올랐다. 30년 기후값인 평년 대비 4.5도 높은 수치였다. 이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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